가을에 부르고 싶은 이름

봉서방 2018. 11. 12. 21:31

 




가을에 부르고 싶은 이름


가을은 또 다른 신의 이름
가을은 신이 가지고 온 마지막 선물

풀잎 끝에 오롯이 맺힌 이슬 속에서
누군가의 순수가 어린 그림자로
꿀벌처럼 가을을 빨아먹고 있습니다.

곱게 물든 산새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여 온갖 형용사로

그림을 그리는 당신은 이 가을에
내가 부르고 싶은 이름입니다.


동해의 푸른 바다로 떠난 빨간 새들
갈매기와 노닐다가 역겨워 지친 날개를 퍼덕이며

가을 풍광에 서 있는 당신은
내가 부르고 싶은 이름입니다.

골짜기마다 산의 울음이 쏟아지는 맑은 물
시린 발 움켜쥐고 무심코 흘러가는 구름을 잡아


여기가 천국이라고 말하고픈 당신
그 이름을 부르고 싶습니다.

신이 가지고 온 마지막 선물
이 세상에 이것 하나밖에 없다고

하늘에다 지워지지 않는 일기를 쓰는 당신은
진정 내가 부르고 싶은 이름입니다.


출처 :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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