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씨, 말씀과 말투

봉서방 2021. 10. 26. 21:36

등산 모임이 있는 날에 한 친구가 나오지 못했습니다.

손자를 봐야 한답니다.

그 사정을 모를 리 없지만 유독 한 친구가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그 친구 왜 그리 살아? 그러니 허구한 날 붙잡혀 살지"

 

그러자 다른 친구가

"자넨 손자가 지방에 있지? 옆에 있어봐 똑같아"

 

손자 양육이 논쟁으로 커집니다.

"난 처음부터 선언했어,내가 애를 보면 성을 간다!"

 

못생긴 남자와는 절대 결혼 않는다 는 처녀

난 죽어도 요양원에는 안간다 는 선배

딱 100세만 살꺼야 호언장담했던 동기

그런데 어쩌나,,,

 

여자는 못생긴 남자와 천생연분을 맺고

선배는 치매에 걸려 일찌감치 요양원에 가게 되었고

100세를 장담할 만큼 건강하던 친구는 

그에 못 미처 심장마비로 떠났습니다.

 

나이를 들며 갖춰야 할 덕목은 '절제' 입니다.

삶에 고루 적용되는 말이지만 여기에는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무엇보다 '말조심' 하라는 것입니다.

듣는 귀가 둘인데 비해 말하는 입은 하나뿐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가 수없이 내뱉는 말에는 사람을 살리는 말도 있지만

죽이는 말도 많습니다.

같은 말인데도 누구는 복이 되는 말을 하고

누구는 독이 된 말을 하기도 합니다.

 

씨 뿌리는 사람(말씨)

기분 좋게 전하는 사람(말씀)

말을 던지는 사람(말투) 이 있는 것처럼 말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장자크 상페는 자신의 책 '뉴욕 스케치' 에서

뉴요커들의 긍정적인 말 버릇을 관찰했습니다.

그들은 뻔한 이야기에도 습관처럼 상대의 말꼬리에 

감탄사(!)를 붙히고 물음표(?)를 달아 줍니다.

이는 내 말에 관심을 갖는다는 표시로 받아 들여지고

서로의 삶과 이야기에 격려해 주는 말 효과를 높입니다.

 

이를테면 누가 '이번에 터키에 다녀왔어요,너무 좋았어요'라고 말했을때

'좋은 곳이죠,나는 두번 가 봤어요' 라고 말을 받으면 일단 주춤하게 됩니다.

이럴때 뉴요커들은 자기 경험을 내세우기보다

'정말요?좋았겠어요! 일정은 어땠나요?' 하며 말머리를 계속 상대에게 돌려줍니다.

얼쑤같은 추임새로 상대를 신나게 해주는 뉴요커의 말 습관이 좋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느낌표와 물음표를 얼마나 사용하나요

자기를 앞세운 대화를 하게 되면 상대의 말에 

이러한 부호를 찍어 주기가 어려워집니다.

 

오늘도 내가 한 말을 돌아보면서

느낌표와 물음표가 인색했음을 깨달습니다.

내 말에 감탄하며 나의 감정과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만큼 귀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말이란 닦을수록 빛나고 향기가 납니다.

말할 때도 역지사지가 필요합니다.

말을 나눌 때는 상대방의 입장을 늘 염려에 두라고 합니다.

적어도 실언이나 허언 같은 말 실수는 막아야 하니까요

그러면 덤으로 얻는 것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리 말을 예쁘게 하세요?""

 

 

복이 들어 올 말만 하시네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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