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사이

봉서방 2020. 11. 10. 21:21

나뭇잎이 팔랑거리며

옷 벗는 소리를

흘깃흘깃 곁눈질로 훑으며

감성을 점검할 사이도 없이

가을은 아득한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파고들던 그리움

그 틀 안에 갇혀서

터는 일이 혹독하더니만

나무가 몸을 털어

여문 씨앗을 뱉듯이

내 속에 허천나게 갈구했던 것들도

톡 뱉어져 나왔습니다.

비명 내질러도 까딱도 않을 기다림마저

가느다랗게 되어 파르르 떨어지고

서글픔만 안고 끝내 홀로 남았습니다.

다 떨구어 버리고

서운함에 퉁퉁 불어 있는 마음

녹녹할 때까지

사람들로부터 멀치감치 떨어져 있습니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  (0) 2020.11.13
가을이 머무는 창가에서 //이정하  (0) 2020.11.11
가을이가 떠나가요  (0) 2020.11.10
중년의 가슴  (0) 2020.11.09
*눈물을 닦아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0) 2020.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