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 복 - 유치환 ◈

봉서방 2018. 9. 13. 21:19



 ◈  행 복 -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삶을 만드는 방법  (0) 2018.09.25
소망  (0) 2018.09.18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 ..  (0) 2018.09.05
놓으니 보이는 것들  (0) 2018.08.22
자연의 소리  (0) 2018.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