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처방전
박현수
상처는 잦고 병원은 드물어
빨간 물약을 발라주며
괜찮아,
죄 없이 다친 건 금방 낫는단다던
엄마의 말,
금세 불안이 가라앉고
금세 피가 멈추고
금세 딱지가 앉던
엄마의 엄마,
또 엄마의 엄마에게서
귓속말로 전해 온 처방전
어린 몸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던,
아버지 주정으로부터
맨날 깨어지던 세간으로부터
엄마 몸에서 새어나오던
파스 냄새로부터
멀리 달아나고 싶던 탄광촌의 저녁
괜찮아,
죄 없이 다친 건 금방 낫는단다는
말을 해줄 엄마도 없었던
황지천보다 더 캄캄했던
엄마의 저녁
출처 : 계간 《시현실》 (202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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