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시 - 오세영

봉서방 2020. 8. 4. 21:53

8월의 시 -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 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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