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없는 무덤
자기가 궁지에 빠졌을 때 다른 사람까지 사지로 끌고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물귀신'이다. 그런 사람과는 애초 가까이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마음속에도 자신을 사지로 끌고 들어가는 물귀신이 있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핑계'이다. 친숙하다는 것은 평소에 매우 가깝게 어울린다는 뜻이다.
이 물귀신은 나에게도 자주 출몰한다. 어제 아침에도 찾아왔다. 나는 아침에 헬스장으로 가서 간단한 운동을 한다. 어제는 침대에서 일어났더니 몸이 좀 피곤했다. 갑자기 운동을 하루 빼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핑계가 나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어젯밤에 술을 마셨잖아." 내가 쉽게 넘어가지 않자 핑계가 다른 이유를 들어 설득했다. "몸이 안 좋은데 무리하게 운동하면 탈이 날 수도 있어. 잘 생각해봐."
정말 잘 생각해볼 일이다. 핑계에 한 번 속아 넘어가면 두 번 세 번도 넘어갈 수 있다. 어쩌면 영원히 핑계의 사슬에서 못 벗어날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 주위에 핑계의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밀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이런 생각에까지 미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핑계의 유혹을 뿌리치고 곧장 헬스장으로 향했다.
핑계에게는 단짝 친구가 있다. 바로 '변명'이다. 잘못을 해놓고도 구질구질하게 이유를 대는 아주 나쁜 녀석이다. 핑계가 사전에 끼어들어 일을 훼방놓는 경우라면 변명은 주로 일이 끝난 사후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핑계의 물귀신이 끌고가는 곳은 결국 사지이다. 물귀신에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다. 절대 핑계에게 핑계를 주지 말자.
특히 정치 지도자는 더더욱..
'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생마사(牛生馬死) (0) | 2023.09.27 |
---|---|
인생은 구름과 바람과 비 (0) | 2023.09.25 |
전형적인 가을날씨 덕 인지 모든 게 아름답게 보입니다. (0) | 2023.09.19 |
[ 노정한담(路程閑談) ] (0) | 2023.09.18 |
인생 이렇게 살아라 (0) | 2023.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