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 소풍

봉서방 2023. 2. 13. 21:42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의 삶이 소풍이었다고?

그 소풍이 아름다웠더라고?

오늘

한쪽의 일터에서는 굴뚝 위에서 농성을 하고

바람이 바뀌었다고

다른 쪽의 사람들은 감옥으로 내 몰리는데

이 길이 소풍길이라고?

따르는 식구들과

목마 태운 보따리

풀숲에 쉬면 따가운 쐐기

길에는 통행료

마실 물에도 세금을 내라는 세상

홀로 밤길을 걷고

길을 비추는 달빛조차 몸을 사리는데

이 곳이 아름답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