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지나간 것을 부른다

봉서방 2022. 10. 26. 20:54

 

꽃보다 단풍이다
꽃은 삼류 연애소설처럼
몸을 훑고 지나간다
여운이 고전처럼 남는 단풍은
구수한 누룽지 냄새로 온다

밥 먹기 싫을 때
누룽지 먹으면
입안에서 그리운 사람 걸어가고
고향 집 돌담이 떠오르고
감나무잎 누렇게 태우던 빛이 고이고
그 맛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행복하고 서글프다

 


봄 여름 지나 찬바람 부는 가을에는
누룽지처럼 익어가는 저 숲에 들어
덤덤히 그리운 것들 기다려봐야지
고전소설처럼 접어둔 길
몰래 펴봐야지


- 김진숙, 시 ‘가을은 지나간 것들을 부른다’

(❤´艸`❤)  (❤´艸`❤)(❤´艸`❤)

 


꽃보다 단풍의 깊은 멋.
누룽지처럼 익어가는, 그런 사람 같은 가을의 맛.
덤덤히 그리운 것들을 천천히 불러오는 가을입니다.
이 가을도 어느새 질 것이지만.

 

 <사색의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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