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고 싶은 날 / 藝香 도지현

봉서방 2021. 12. 28. 22:53

흔들리고 싶은 날 / 藝香 도지현

졸고 있는 가로등으로

사선을 그리는 비가 내린다

언제부터였을까?

의식하지 아니한 사이

토닥토닥 내린 비가 가슴을 적신다

불현듯 저 빗속을 걷고 싶어 진다

정수리부터 심장을 뚫고

발바닥으로 비가 관통했으면 좋겠다

 

뜨거운 심장으로 마주 보며

두 손 잡고 걸었던 그 날처럼

저 비를 맞으며 마냥 걷고 싶다

그 날의 열병이 도진 것 같이

활활 타 사그라들지 않은 활화산처럼

뜨거운 열기가 숨구멍마다 나오고

온몸에 열꽃이 피어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