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편지/박선희

봉서방 2021. 3. 1. 22:01

아름다운 편지/박선희




내가 바라보는 곳마다 꽃 피어나는
봄의 한가운데 갇힌 하루입니다.
꽃은 피어나며 피어나서, 갈 데 없이 나를 가둡니다


꽃이 나를 가두는 건지,
내가 꽃을 가두는 건지,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은 파고들어
내가 꽃인지,
꽃이 나인지,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싫어요.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지만,
나 혼자 견디기 힘들지만,
꽃 피기 전에 올 수 없다면...
그대여,
꽃 지기 전에도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 나를 보셔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내 생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 순간에 내가 꽃 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어디에도 갈 수 없어
봄날 꽃빛 아래 앉아 꽃편지로 물듭니다.
그리운 안부를 묻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편지를 씁니다.
꽃의 언어로 그리움을 씁니다.


꽃송이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아침,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 파고들어 3월은, 만개하는 중입니다.


꽃피는 봄날입니다.
꽃피는 3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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