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길 - 나태주
하늘을 이고
가을 산길을 가노라면
가을 하느님,
당신의 옷자락이 보입니다.
언제나 겸허하신 당신,
그렇습니다.
당신은 한 알의 익은 도토리알 속에도 계셨고
한 알의 상수리 열매 속에도 계셨습니다.
한 알의 개암 열매 속에도 숨어 계셨구요.
언제나 무소유일 뿐인 당신,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제 겨우
세 살배기 어린아이의 눈빛을 하고
수풀 사이로 포르릉 포르릉 날으는
멧새를 따라가며
걸음마 연습을 하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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