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길 -나태주

봉서방 2020. 9. 9. 20:16

가을 산길 - 나태주







하늘을 이고



가을 산길을 가노라면 



가을 하느님,



당신의 옷자락이 보입니다. 







언제나 겸허하신 당신, 



그렇습니다.



당신은 한 알의 익은 도토리알 속에도 계셨고 



한 알의 상수리 열매 속에도 계셨습니다.






한 알의 개암 열매 속에도 숨어 계셨구요. 



언제나 무소유일 뿐인 당신,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제 겨우



세 살배기 어린아이의 눈빛을 하고



수풀 사이로 포르릉 포르릉 날으는



멧새를 따라가며 



걸음마 연습을 하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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