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늘 그 자리에서

봉서방 2018. 10. 29. 21:16

 



길은 늘 그 자리에서 

 

 

길은 늘 머물러 있다.

길은 떠나지 않고

떠나는 자들을 위해서

늘 그렇게 놓여있다.

 

길은 늘 그 자리에서

추억을 쌓아놓는다.

 

물든 가을 낙엽도

많은 이들의 발걸음도

모두 그 자리에 두고

스쳐간 이들을 이야기한다.


 

길은 멀리 가지 않고

늘 그 자리에서 웃고 있다.

 

걸음을 걷는 이들은

멀리 저 멀리 떠나가지만

길은 늘 머물러

또 다른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다.

 

- 정수화, ‘바람시 낙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