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봄비 -한병진
봉서방
2021. 3. 1. 21:51
봄비
봄비가 내린다
씻겨 내린 가슴에도
젖어 있는 추억이 스물거리면
우산은 사치스러울 뿐
뱀처럼 기어오르는 빗물에 잠겨있다
지금쯤
그대 잊기라도 했으련만
빗속 어디에선가
젖은 채로 끌려가는 바보가 있다
추억이
가난했으면
빈 그릇 가득 빗물 뿐이였을 것을
어쩌면 눈물로 채웠을 그릇 속에
동그란 얼굴 하나 너무 그립다
봄바람이 분다
휑한 가슴 어디에선가
또아리 틀어 올린 진한 모습으로
시간만 멍청했을 뿐
지우지 못한 이름으로 내가 미련하다
술잔이
넘실거려 취한 눈으로
가끔은 너를 잊었으련만
바보는 그날 속에 살았었나보다
세월이
시들해지면
곱던 얼굴 어찌 변했을련지
어쩌면 지나쳐 기억 못 할지라도
아직껏 사랑하나 지켜왔을 뿐이다
- 한병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