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천상병

봉서방 2020. 7. 21. 22:11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께로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

 

심야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어귀를

 

온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 다오.